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하면서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명한 관광지보다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한적한 곳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예 안전한 숙소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거나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었다. 우리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국민은 2,871만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 절반이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가는 시대다. 지난 197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해 해외 출국자 수는 20만명 수준에 그쳤으나 2000년대 이후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10년부터 10년간 매년 꾸준히 해외 출국자 수가 늘었다. 이 기간 해외 출국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저가항공사도 해외여행 증가에 한몫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명절 때마다 인천공항 출국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풍경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전처럼 쉽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시절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각국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출국 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혈액검사를 받게 하고 면역 여권이 의무화되는 등 해외여행이 크게 불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내 좌석 거리두기로 항공료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코로나19 봉쇄령이 풀려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정 비율의 항공권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좌석의 50%만 판매가 허용될 경우 수익 보전을 위해 항공권 가격을 2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ABC방송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항공업계 분석자료를 인용해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탑승객 수를 제한할 경우 미국 국내선 항공료가 지난해에 비해 43~54%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비행기 좌석 수가 줄면서 국내선 항공료가 오르고 있다. 마켓워치는 최근 애틀랜타와 덴버 구간의 항공권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5% 정도 올랐다고 보도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만큼 이제 사람들은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국내 관광이 상당 수준 회복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해외로 멀리 떠나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가까운 국내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을 찾아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삼박한집’이라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문수 대표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예약 취소가 밀려들자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최근 해외여행이 사실상 차단되고 답답한 일상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가까운 국내 여행지를 찾기 시작하면서 다시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 선호하는 숙소 형태 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 대표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숙박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도 개인실 위주로 재편되고 있고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숙소 예약 웹사이트 ‘스테이폴리오’를 운영하는 이상묵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호텔과 같은 다중이용시설보다는 프라이빗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숙소를 찾는 트래픽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SNS에 기록도 안 남기는 등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