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불만을 풀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지만 북한은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대응을 비난하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청와대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면서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역설했다.
장 통전부장은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힐난했다. 또 “여태껏 말이 부족하고 글을 제대로 남기지 못하여 북남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라며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과 남이 손잡고 철석같이 약속하고 한 자 한 자 따져가며 문서를 만들고 도장까지 눌러 세상에 엄숙히 선포한 합의와 선언도 휴지장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름 발린 말을 한들 누가 곧이 듣겠는가”라며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금철 통전부장이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그가 굳이 자정께 담화를 낸 것은 미국 시간대를 겨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