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우원식 의원이 경쟁 상대인 김부겸 전 의원·이낙연 의원을 겨냥해 “출마를 재고하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대권 후보의 당권 출마에 대한 우려는 물밑에서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출마를 만류하는 메시지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의원은 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당이 지켜줘야 할 대권 후보들 간의 각축장이 벌어진다면 두 후보의 상징성과 치열한 경쟁의 성격상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의 소중한 대선후보들에게 큰 상처만 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처럼 민생위기 극복과 정권재창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임무를 갖고 있지만 대권주자 두 분 출마가 굳어지면서 대선전초전으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며 “벌써 합종연횡, 힘겨루기, 대리 논쟁 등 낡은 문법들이 언론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극복의 해법,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당내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당권을 거쳐 대권으로 가려는 후보(이 의원·김 전 의원)와 우선 당권을 노리는 후보(우 의원·홍영표 의원)로 나뉘면서 서로 치열하게 견제하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연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대표 주자들의 출마를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대선 주자들이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다 보면 조기에 대선(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은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서는 “이렇게 대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당권에 도전해야 되는 상황으로 몰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 대권 주자가 당대표에 도전해 당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권 주자들의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은 이달 말 공식적인 출마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우 의원을 만나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밝혔다. 친이낙연계로 꼽히는 설훈 의원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이낙연 대세론’을 펼쳤다. 설 의원은 “대세에 따라서 쉽게 쉽게 우리가 재집권하도록 가자는 것이 일반 당원들의 전체적 의견”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이낙연 대 비(非)이낙연’ 구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소위 ‘잠룡’이라는 분 몇몇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