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요. 좋은 기회인 건 분명해서 설레고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제 실력으로 가는 게 아니어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착한 일’을 했다가 뜻밖의 프로골프대회 출전권을 얻어 화제가 된 청년 홍상준(27·사진)은 1부 투어 데뷔전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순간순간 멋쩍어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스릭슨 투어) 선수인 그는 지난달 광주에서 차를 몰고 골프연습장으로 향하던 중 길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80대 할머니를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의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모시고 간 뒤 한나절 동안 병원을 세 곳이나 들르며 그날 처음 본 할머니의 보호자 노릇을 했다. 손과 늑골, 무릎뼈 골절 판정을 받은 할머니는 수술 끝에 건강을 회복했고 홍상준은 마치 손자처럼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담을 접한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대표가 다음 달 2일 열릴 KPGA 1부 투어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에 출전할 수 있게 홍상준에게 주최사 쿼터로 추천선수 자격을 준 것이다. 정 대표는 협회를 통해 “우리가 KPGA를 후원하고 대회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어에) 홍 선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을 다른 선수들과 견줘보면서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홍 선수에게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외할머니 떠올라 그냥 갈 수 없었죠" |
지난 8일에 홍상준은 할머니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덕분에 수술 잘 받고 건강하게 다음날 퇴원한다는 전화였다. 그날 군산에서 2부 투어 경기를 치른 홍상준은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을 찾아 할머니를 뵀다. 이 같은 미담은 할머니와 같은 병실을 쓰던 다른 환자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마침 이 환자의 가족 중에 지역신문 기자가 있어 이내 기사화된 것이다. 홍상준은 다음 주말에 할머니 가족과 식사 자리를 하기로 했다.
"볼 잘 치고 인성 바른 선수 돼야죠" |
중3 때 운동으로 진로를 정한 뒤 부모님 권유에 골프에 입문했다는 홍상준은 “300야드쯤 보내는 드라이버 샷은 제법 자신 있지만 멘털이 늘 문제”라고 자평했다. 2016·2017년에는 이따금 1부 투어 대회에 캐디로 나서기도 했다. 주흥철의 골프백을 메고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합작했다.
KPGA 투어 개막전에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에 홍상준은 주흥철 등 ‘1부 프로님’들로부터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얘기를 기사화할 것이라는 말에 홍상준은 평소 잘 챙겨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주흥철·정지호·김봉섭·박재범·박일환 프로님에게 특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1부 시드 확보가 목표라는 홍상준은 “오래오래 골프선수 하고 싶다. 볼 잘 치고 인성 바른 선수로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