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법안 벌써 500개인데…국회 여야 싸움에 멈췄다

민주당 상임위원장 6곳 단독 선출

통합당, 상임위 배정 거부 공식화

법안 심의·통과, 민주당 홀로 가능

통합당 “내부잡음, 단일대오 못해”

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채 법안을 심의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 6인을 단독 선출하자 국회가 완전히 멈췄다. 개원한 지 11일 만이다.

민주당은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야당이 차지하던 ‘국회의 상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이어 오는 19일 남은 12인의 상임위원장도 선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16일 모든 정규 일정을 비우고 대여투쟁에 돌입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이 출발은 21대 국회를 망치고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출발이 될 것”이라며 사퇴를 밝힌 상황이라 여야가 매듭을 풀고 협치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합당 ‘원내투쟁’ 돌입·위원회 배정 거부

통합당은 이날 오전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김성원 원대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초선 의원들은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있는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박 의장이 상임위원을 강제 배정하고 본회의를 열었고 민주당이 176석의 힘으로 상임위원장 6인을 선출한데 따른 것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원내 의원들에게 “야당과의 일체 협의 없이 작성된 일정(상임위 배정)이므로 참여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상임위원회 강제배정에 항의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상임위원회 강제배정에 항의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6개 상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통합당은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로써 19일 박 의장이 강제배정하고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남은 12개 상임위원장을 뽑아도 배정된 상임위에 참석해 법안 심사를 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의장실을 찾아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의회 폭거를 강행하신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에 강력히 항의 드린다”며 “국회 의장에 강제 배정된 상임위와 상임위원장 선출을 취소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상임위 일정에는 “참석 안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홀로 법 심의·통과, 대신 책임 묻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500개가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상임위가 구성되면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당이 이날 공식적으로 배정된 상임위에 참여를 거부하면서 법안 심사는 멈출 상황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3차 추경안’ 통과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통합당은 우선 추경안부터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야당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냐”며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하고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 받고 본회의에 올려서 본인들이 모두 통과시키면 되는데 통합당이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신 민주당에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내부총질, 당내 ‘자중지란’ 자성 목소리도

문제는 통합당은 ‘보이콧’이 민주당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고 176석을 활용해 단독으로라도 필요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밝힌 한 의원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간 것과 원 구성을 밀어붙인 이유는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욕은 먹더라도 법안 처리해 결국 대선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통합당 내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거대 여당을 상대로 제대로 된 투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3선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이 “힘이 없는데 어쩌겠나”라며 “법사위 대신 산업자원통상중소기업위원회를 받자”며 원 구성 협상 현실론을 주장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의총에서 초선의원과 상임위원장을 받을 수 있는 다선 의원 중심으로 “원 구성에 응하자”는 말이 계속해서 나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야당의 자존심이냐, 실리냐를 두고 싸웠고 결국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이 났는데 민주당이 밀어 붙인 것”이라며 “초선들이 입을 모아 지도부를 밀어주는 민주당과 달리 통합당은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