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 전환사채(CB) 일반청약에 8조원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전환가액이 주가대비 낮은데다 최근 현대로템이 발표한 수소사업 진출이 투자자들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인 현대자동차는 별다른 자금 소요 없이 2,000억원이 넘는 자회사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다만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7월 중순 이후 현대차(005380) 지분율은 3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15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현대로템 CB 청약 경쟁률이 47.72대 1로 집계됐다. 1,655억원 모집에 7조8,986억원의 청약이 몰렸다. 당초 현대로템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의 청약을 진행했다. 일반 기존주주들의 참여율은 높았지만 지분율 43.36%의 현대차가 불참하며 청약 규모가 745억원에 그쳤다. 이후 미달물량을 일반투자자들에 배당,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로템 측은 “이번에 진행한 일반투자자 청약율은 4,772.21%이며 구주주 청약을 모두 포함한 청약율은 3322.1%”라며 “발행예정 금액 100% 청약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대주주인 현대차의 불참 속에서도 일반투자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전환가액이 9,750원에 불과해 현재 주가인 1만4,000~1만5,000원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50% 수준의 고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현대로템이 수소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소충전 설비공급으로 수소차를 강조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대주주인 현대차 입장에선 채권 발행 형태로 큰 자금 소요 없이 자회사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 전환가액이 낮은 만큼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당장 다음달 17일부터 CB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현대차의 현대로템 지분율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CB 발행으로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 수는 산술적으로 2,462만주. 현재 발행 주식수(8,500만주)의 30%에 육박한다. CB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현대차의 지분율은 3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