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학폭범 접촉금지 카톡 프로필, 명예훼손 성립 안된다"

인터넷 메신저 ‘카카오톡’ 프로필에 단순히 학교폭력범은 접근금지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는 가해학생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원심은 이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며 학교에 신고했다.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과 가해학생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 내용은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보복 금지, 봉사활동, 특별교육 등이었다. 이에 이씨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검찰은 이씨의 행동이 비방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한다며 기소했다. 가해학생을 직접 만나 앞으로 자신의 딸을 건드리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말라고 위협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상태 메시지에 표시한 ‘학교폭력범’은 일종의 통칭으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과 피고인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접촉금지라는 단어도 학폭위의 징계 사실을 지칭하는지도 상태 메시지만으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원심에서 무죄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이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나 학생의 정신건강 및 발달이 저해될 위험 또는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발생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