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집값 잡으려다 누더기 된 부동산 세제

세법이 정책목표 수단으로 전락

종부세 구간 쪼개기·세율 인상에

양도세도 감면 조건 등 복잡해져




부동산 관련 세법은 오로지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경우 비과세·감면·중과 등의 조건이 워낙 다양하고 까다로워 세무업계에는 양도세 관련 상담을 기피하는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가 등장할 정도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이 임대사업자를 겨냥하다 보니 업무 난도에 비해 수입이 적은 주택임대사업소득 신고 대리 업무를 기피하는 ‘임포 세무사’도 나왔다.

대표적 부동산 관련 세목인 종부세는 지난 2005년 도입 당시 과표 구간(주택)이 4개로 단순했다. 하지만 이후 5개로 늘더니 현재는 6개로 쪼개져 있다. 가장 최근에는 6억원 이하 구간에 3억원 이하 구간을 추가 적용, 세율을 더 세분화했다. 정부는 구간을 쪼갠 것도 모자라 지난해 ‘12·16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통해 과표별 세율을 0.1~0.3%포인트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등 세제상 규제가 가해지는 지역에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에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각종 중과·배제·공제 등의 요건이 따라붙기 때문에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이 이들 조건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주택 보유(거주) 기간, 연령대, 가격, 위치, 심지어 일시적 다주택자인지 아닌지까지 따지고 들어가다 보니 난해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담당자들조차 부동산 관련 규제와 배제 요건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부동산 세제가 거의 매번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동원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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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제상 규제 강화 조치가 나오면 그 과정에서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는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이들을 보호해주려면 또 각종 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결국 세법이 누더기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까다로워지는 부동산 정책 대응을 위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부동산 세금 관련 팁을 정리한 자료가 올라오기도 했다.

전규안 한국세무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세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매우 제한된 효과만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세법을 통해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려다 보니 부동산 조세 체계가 복잡해지고 소위 ‘누더기 세법’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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