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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56> “코로나19 책임론 굴레 벗어야” 中 조급함에 옅어지는 ‘야생동물 금지' 활동

■야생동물 거래·식용 금지 이뤄질까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에 ‘야생동물 거래 및 제품 이용 금지’ 홍보판이 걸려있다.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인 올초 게시된 것이다. 이 홍보판은 현재는 없어지고 일반 상업광고판으로 대체됐다. /최수문기자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에 ‘야생동물 거래 및 제품 이용 금지’ 홍보판이 걸려있다.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인 올초 게시된 것이다. 이 홍보판은 현재는 없어지고 일반 상업광고판으로 대체됐다. /최수문기자



중국에서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진 마당에 중국 책임론을 연상시키는 야생동물 이야기를 일부러 꺼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책적 판단인 모양이다. 최근 발생한 ‘베이징 코로나19’ 집단감염에서는 관심이 연어 등 수산물에 쏠리면서 코로나19의 야생동물 유래설은 더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올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박쥐나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거웠었다. 감염병 발생원인으로 야생동물 문제가 중국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또 마지막도 아닐 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19의 피해가 컸던 만큼 이에 대한 반향도 한층 거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타격과 국제사회의 반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야생동물 관련 대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야생동물 거래·식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과 함께 뼛속 깊이 들어선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였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사실 더 어렵다. 대민 선전에 주력한 중국정부는 특히 방송을 통해 잇따라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중국에서 IPTV를 틀면 처음 나오는 장면이 어린 아이가 식탁에서 야생동물 식용 습관을 고치자는 공익광고인 날도 있을 정도였다.

일상생활 속 선전도 늘어났다. 베이징 시내 버스 정류장에는 야생동물 식용 금지의 홍보 안내판이 대거 들어섰다. 대도시 시민 가운데 야생동물을 직접 잡아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만은 베이징이라는 상징성은 컸다. 홍보판은 팔다리가 잘린 곰과 호랑이, 이빨을 뽑힌 코끼리, 가죽을 뜯긴 악어 등의 모습이 나왔는데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감이 들 정도였다. 또 시내 공원 등 일반인이 많이 찾는 곳에도 곳곳에 안내판이 들어섰다.

하지만 5월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지역확산 우려가 거의 사라지고 ‘종식’ 선언까지 나올 정도가 되자 이런 공익광고 방송과 안내판이 일제히 사라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금지하겠다는 정책은 곧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는 자기고백 같은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서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가우푸 중국 질병예방통세센터(CDC) 주임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채취한 동물 샘플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하수도의 폐수를 포함한 환경 샘플에서만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설명하며 “화난시장도 피해지역이며 이미 바이러스는 그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한 화난시장에서 거래된 야생동물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기존 발표를 부인하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이런 종류의 해명성 주장이 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생동물을 다시 먹거나 사고팔아도 된다고 중국 당국이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에 문제 있다는 것 자체는 중국 당국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 강도가 약해졌다는 이야기다.

천산갑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연구자는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숙주이며 천산갑이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 숙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천산갑은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보호 동물이다. 중국도 지난 2007년 야생 천산갑 수렵을 금지했고 2018년에는 천산갑 관련 제품의 상업적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한때 ‘중화천산갑’이 양쯔강 이남의 17개 성에 폭넓게 분포했는데, 마구잡이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속히 줄었다. 2003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화천산갑은 11개 성에 6만4,00마리만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천산갑의 대량 소비는 계속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의학계에서는 천산갑이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에 효과적인 전통 약재로 인정하고 있다. 합법적인 약재이기 때문이 식용 시에도 처벌이 약하다는 것이다. 천산갑의 마구잡이 수입에 따라 다른 나라의 개체 수도 격감하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져만 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통 약제 처방 기준을 정하는 ‘중국 약전(藥典)’ 2020년도 판본에서 결국 천산갑이 빠졌다. ‘중국 약전’에는 “자원이 고갈되거나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 기초연구가 부족한 품목은 약전에서 제외하거나 추가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중국 매체들은 ‘자원 고갈’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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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 수렵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최수문기자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 수렵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최수문기자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지난 2월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중국 당국의 노력이다. 개정안엔 야생동물의 수렵과 거래, 운반, 식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과학연구나 약용, 전시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관련 기관의 엄격한 감독 아래 비식용 이용만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세부 규정은 각급 지방정부가 현지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달 2일부터 시행된 ‘베이징시 야생동물 보호관리 조례’를 보면 모든 야생동물의 식용과 시 전역에서 연중내내 수렵도 금지했다. 물론 유보조항도 뒀는데 ‘중점보호대상이 아닌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과학적 평가 후 합리적인 포획이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또 광둥성 선전시는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야생동물은 물론, 개·고양이의 식용까지 금지한 금지한 조례를 5월 시행했다. 다만 개의 식용습관은 동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실제 이 조례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처럼 핵심은 유보조항이다. 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이를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나쁘게 된다. 전통의학 약재로 천산갑이 사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중에서 웅담 성분이 포함된 중의학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권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 영국 일간지가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야생동물도 논란거리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월 말 중국내 야생동물 시장을 폐쇄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장에서 매매되는 야생동물과 이런 짐승에서 기인하는 질병의 강력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미국은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모든 시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는 ‘야생동물 거래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그런 개념도 없다”며 “중국에 흔한 것은 농산물·해산물 시장으로, 이런 종류의 시장은 여러 동남아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보편적으로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에 ‘야생동물 거래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중국 당국의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서 야생동물 거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있었고 아마 중국인들의 오래된 관습을 생각하면, 이후로도 없어지지 않을 듯하다.

중국 내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작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발원했다는 관측이 절대 다수다. 화난 수산시장에서는 해산물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숙주가 되는 박쥐, 뱀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품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최근까지 중국 도시의 변두리 시장에서는 야생동물이 살아 있는채 거래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중국공정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내 야생동물 거래 규모가 730억달러(약 87조원)에 달하고 종사 인원도 100만명이 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야생동물의 자국내 거래는 중단했지만 오히려 해외 수출은 장려하고 있었다. 중국 재정부는 1,500여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식용 뱀, 거북, 영장류 고기, 비버, 사향, 코뿔소 뿔 등의 품목에 대해서도 9% 인상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일단 돈을 벌고 보자는 이유였던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향과 비버 등 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동물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미국이었다. WSJ는 “올해 1~2월 기준 미국의 동물 수입액이 가장 많은 86만5,000달러(약 10억4,000만원)였고 다음으로는 대만(12만6,000달러)과 한국(7만달러) 순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2002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박쥐에서 시작해 중국의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향고양이를 중간 숙주로 해서 인간에게 퍼진 것으로 조사되면서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이후 규정은 흐지부지 되며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맞게 됐다. 야생동물보호법의 강력한 집행과 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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