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내 중진들이 원 구성과 관련해 사퇴를 표한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다시 힘을 실었다. 주 원내대표는 곧 상임위원 강제 재배치 등 원내 투쟁 대책을 들고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상임위 단독 선출 사태가 벌어지자 사퇴 의사를 의원들에게 밝혔다. 다만 16일 통합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주 원내대표를 재신임했다. 이날 오후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비공개 모임 이후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주 원내대표가 다시 당에서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원내대표 재선출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여야가 협치 하려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절제를 모르면 협치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힘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제1 야당인 통합당을 빼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6인을 선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을 강제 배정한 일은 헌정 사상 처음이고 제1 여당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2004년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이다.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오는 19일 남은 12개 위원장 자리를 모두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선출하려면 박 의장이 또 통합당 의원 전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한 통합당 상임위원들을 전면 재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장외투쟁에 몰입하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밖으로 나가기는 어렵다. 대신 상임위에 이른바 ‘선수’들을 배치해 실력으로 투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강제배정한 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국회법 48조는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또는 개선하기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맞춰 이날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의장실을 찾아 강제 배정에 대해 항의하고 일괄 사퇴를 밝혔다. 통합당 관계자는 “공식 요청을 한 적도 없는데 의장이 강제배정했기 때문에 법에 따라 바로 잡으면 된다”며 “법에 의장의 요청 거부 권한도 없기 때문에 상임위원을 다시 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의 고언과 훈수도 나오며 대여투쟁의 판도 커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에 이어 국회 관례를 깨고 법제사법위원장을 힘으로 가져갔다. 승리의 웃음으로 상대에게 모멸도 안겼다”며 “민주당에 ‘민주’ 없다는 비판을 요즘 말로 ‘어쩔’로 치받을 정도로 뻔뻔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힘의 저울에서는 이긴듯 보이지만 민심의 저울에서는 지는 쪽으로 기울었다”며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수의 힘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의 끝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봤나”라며 “지더라도 민심을 얻으면 이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사의 싸움에서는 부끄러운 패배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례없는 국회 폭거를 당한 것은 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이 깔보였고 무력했기 때문”이라며 “대선 후보는 내가 정한다며 당을 얕보고, 덤벼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야당을 보며 (민주당에) ‘앞으로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이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한 야당이 아니라 길들여진 야당을 만나 신난 것은 민주당”이라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외에는 2년 뒤 대선만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분간 국민들 눈치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강한 야당으로 거듭 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