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패션과 현대미술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1년에 두 번 진행하는 컬렉션은 디자이너가 6개월 동안 본인이 받은 영감과 가진 에너지를 쏟아부어 30벌 남짓의 옷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브랜드 초창기에 필자는 컬렉션 주제의 아이디어를 주로 과거 경험이나 현재의 일상에서 얻곤 했다. 결과적으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주제를 택한 덕분에 브랜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지만, 당시에는 많은 것을 접할 기회가 없어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후 시간이 흘러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이제 필자의 컬렉션은 공감대 형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중들에게 내가 접한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소개해줄 수 있는 장이 되기 시작됐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컬렉션 주제로서는 물론, 패션 디자이너로서 ‘현대미술’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앤디 워홀과 유니클로, 다니엘 아샴과 디올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과 패션업계 간 성공적인 협업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과 패션의 협업은 창의적인 자극과 영감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영역 간 경계를 허물어가며 ‘미술의 대중화’, ‘패션의 예술성’을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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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프쿤스, 호크니 등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부터 뱅크시, 매드사키 등 신진 작가까지 꽤 많은 현대 미술작가들의 이름이 회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작가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인 ‘카우스(KAWS)’다. 카우스는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슈프림, 언더커버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장난감 ‘베어브릭’과의 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현대미술을 대중들에게 쉽게 알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카우스라는 작가가 알려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는 전 세계에 케이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그의 작품을 포스팅하면서 카우스라는 작가는 꼭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주목할 점은 현대미술 시장에서 작품의 호가가 올라가는 것은 그 작품, 회화 자체의 평가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의 삶과 신념, 명성, 작업 스타일, 미술사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평가되고 호가된다. 더 나아가 살아온 환경과 삶 등이 가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패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 디자이너가 만든 티셔츠를 수백 개의 브랜드에서 따라 만들어도 어떤 삶을 사는 디자이너가,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 브랜드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차이는 소비자가 더 잘 알 것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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