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역의 ‘요새화’ 선언에 이어 전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북 전단만 쫓아 허둥대던 우리 정부의 굴종적인 모습은 웃음거리가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안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온국민공부방’ 세미나에 참석해 “대북 전단 살포 시비는 명분축적을 위한 트집 잡기였음이 확인됐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저께 6·15 기념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사용하셨던 넥타이까지 착용하며 북한에 선의를 호소하고 기대했지만 넥타이에 대한 대답은 연락사무소 폭파였다”면서 “대통령의 대북한 호소는 불 꺼진 연극무대에서의 초라한 독백이 돼버렸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이어 “비핵화의 가능성과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한마디로 남북관계 파탄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굴종적인 자세와 대응에 북한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대북 전단만 쫓아다닐 것인가. 여전히 대북 전단 살포중단만 하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안 대표는 또한 “폭탄을 터트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침탈한 북한의 잔인무도한 도발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저 유감이라고 답했다. 정부 여당의 안이한 인식에 통탄할 따름”이라고 강한 어조로 쏘아붙였다.
덧붙여 안 대표는 “우리 정부가 원칙 있고 강력한 대응과 조치계획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한은 9·19 군사합의 위반은 물론 무력도발의 강도를 더욱 높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원칙 있고 강력한 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예고한대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개보수에 약 170여억원이 투입된 연락사무소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국방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2시49분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그동안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보수해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사무소 문을 여는데 투입된 비용은 재료비 34억9,000만원 등 모두 97억8,000만 원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 사용된 공사비 80억 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177억8,000만원이 쓰인 셈이다. 북한 땅에 들어선 건물이지만 당시 건설비는 우리 쪽에서 부담했다.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에는 소장회의가 매주 1회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고, 올해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그럼에도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자부해 온 자산이다. 김 제1부부장도 이 점을 이용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거론한 뒤, 이어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