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를 핑계 삼아 4·27판문점선언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당사자는 김정은 정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고 특사 파견을 제안하면서 매달렸지만 북한은 곧바로 뿌리쳤다. 북한의 도발수위가 심상치 않자 우리 정부도 뒤늦게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남북관계를 2000년 6·15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이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강조했다.
사실 북한의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누적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체제 내부의 결속을 다지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궁극적으로는 11월 대선에 온 신경이 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고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다. 한국을 세게 흔들어 미국 측에 제재 해제를 요구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 폐기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도발-협상-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끓지 않으면 북한은 더 큰 도발을 준비하면서 위기가 반복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또 이번 계기에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위기를 수습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