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총리·민주당 vs 홍남기' 대학등록금 환불 지원 맞붙었다

총리 지시에…당정, 3차추경에 예산반영 검토

洪 부총리는 "정부 재정 지원 부적절" 선 그어

논쟁 불가피…긴급재난지원금 데자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도 당·정·청의 재정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었다. 당·정·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를 3차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나라 곳간 지기인 홍 부총리가 정부 재정 지원은 힘들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관련 대책은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로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가 마련한 안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국면 때와 같이 홍 부총리가 정 총리 그리고 여당에 다시금 외롭게 맞서는 양상이다.

대학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대책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로 급물살을 탔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자리한 내부 회의에서 “정확하게 대학 실태를 파악해보라”며 관련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건국대학교가 처음으로 2학기 등록금 감면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각 학교의 재정 상황과 학생들의 요구 사항 등을 포함해 두루 실태를 알아보라”며 즉석에서 제안한 것이다. 이 같은 정 총리의 지시는 총리실을 통해 교육부로 전달됐고, 교육부는 이날 곧바로 브리핑을 열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까지 힘을 실으며 관련 대책 마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음 날인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 요구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3차 추경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해찬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학 당국에 반환 요구를 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학과 학생 모두가 공감할 합리적 기준과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 부총리는 “등록금 반환은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정부와 학교 당국이 10만 원씩 매칭 방식으로 학생 195만 명에게 2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기재부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정부에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창구가 있고 이런 틀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등록금 반환을 정부 재정으로 커버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맞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대학생이 200만 명인데 절반인 100만 명이 소득분위로 보면 8·9·10등급으로 가장 상위계층이다. 과연 10만 원을 그렇게 나눠주는 게 합리적인지 지적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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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당정청협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당정청협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홍 부총리가 이날 등록금 반환 문제에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여당은 관련 대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에도 기재부가 반대했던 일이지만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대책”이라며 “전액지원까지는 어려워도 그 수준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앞서 당과 기재부가 소득 하위 70%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 재정을 통한 지원 규모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부정적 입장임을 거듭 밝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추석 무렵 2차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질의하자 “재정지출을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그런 재원지출을 한다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실직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증세론과 관련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라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증세가 현실화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 세수 펑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홍 부총리는 대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세제 과세체계 합리화 문제 등부터 우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가상화폐 과세 문제와 관련해 “오는 7월 정부가 과세하는 방안으로 세제개편에 포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건 변화에 맞게 새로운 조세체계를 갖춰나가는 일을 이제까지 해왔지만, 특히 올해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여러 세목에 대해 새롭게 과세체계를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세 등 새로운 과세체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이익의 균형을 따져가며 과세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익이 최대한 확보·유지되는 선에서 참여하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세 부과가 새로운 형태로 필요하다고 보며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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