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처지가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공화당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선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공화당 출신 유명 인사들로 이뤄진 그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견인하기 위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출범한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보수 진영에서 반 트럼프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파 팩으로 명명된 이 슈퍼팩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던 전국의 유권자들 가운데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돌아선 이들을 가려내 그들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을 찍으라고 설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 돌린 이들을 끌어모아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호소하고 사실상 트럼프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강성 진보가 아닌 중도 성향 인사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슈퍼팩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지 W.부시 행정부에 몸담았던 전직 당국자들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됐다가 백악관 권력 암투 과정에서 임명된 지 11일 만에 경질된 앤서니 스카라무치도 슈퍼팩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우파 팩은 특히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니아·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 등 격전지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기로 했으며, 디지털과 우편·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고 부재자 투표도 독려할 방침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과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 캠프 출신 인사들을 포함해 수십명의 선거 전문가들이 우파 팩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후원자들의 면면은 7월 중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CC) 첫 신고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우파 팩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 반 트럼프 단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이면서도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가 주도하는 보수단체인 ‘링컨 프로젝트’, 고학력 백인층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하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 그룹도 지난달 출범한 상태다. 또 이달 초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부시 행정부 관료들이 주축을 이룬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 슈퍼팩이 FCC 신고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흑인 사망’ 시위 대응에 따른 후폭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진영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