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경기에 앞서 에티하드스타디움 앞에서는 한 팬이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맨시티 로고가 크게 박힌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는 팬도 눈에 띄었다.
세계 최고 인기 리그인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100일 만에 돌아왔다. ‘한국축구의 아이콘’ 손흥민(28·토트넘)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지난 3월 멈췄던 EPL은 3개월여 만인 18일(이하 한국시간) 2019~2020시즌 29라운드 경기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마스크에 장갑까지 끼고 있었고 경기 진행요원들은 공인구와 골대·코너깃발 등 선수들이 접촉할 만한 모든 것에 소독제를 뿌리고 부지런히 닦았다. 무관중 경기라 관중석은 썰렁했지만 웹카메라를 이용한 화상연결로 팬들의 얼굴이 전광판을 가득 메웠다.
재개 첫 경기인 애스턴 빌라와 셰필드의 경기는 원정팀 셰필드의 프리킥이 골라인을 넘었음에도 골라인 판독 시스템 오류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0대0으로 끝났다. 곧이어 맨체스터에서 열린 맨시티-아스널전에서는 맨시티가 수적 우세를 등에 업고 3대0으로 이겼다. 전반 추가시간에 케빈 더브라위너가 찔러준 패스를 아스널 수비수인 다비드 루이스가 허벅지로 걷어낸다는 것이 골문 방향으로 흐르자 라힘 스털링이 이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했다. 후반 6분에는 루이스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더브라위너가 성공시켰다. 루이스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운 아스널은 후반 추가시간에 필 포든에게 쐐기골마저 내줬다. 이달로 계약이 만료되는 루이스에게는 최악의 하루였다.
이날 2위 맨시티가 아스널에 덜미를 잡혔다면 선두 리버풀은 오는 22일 에버턴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맨시티가 이기면서 리버풀은 2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 전까지는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없게 됐다. 맨시티는 19승3무7패(승점 60)로 1위 리버풀(27승1무1패·승점 82)과 22점 차다. 아스널은 승점40(9승13무7패)으로 9위다.
토트넘의 재개 첫 경기는 20일 오전4시15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다. 시즌 종료까지 9경기를 남긴 가운데 토트넘은 승점 41로 8위, 맨유는 승점 45의 5위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행 막차인 4위를 노리는 두 팀으로서는 절대 질 수 없는 경기다. 코로나19 휴식기 동안 팔 부상에서 회복하고 병역 의무도 사실상 마친 손흥민은 토트넘의 희망이다. 2월16일 경기 중 오른팔을 크게 다친 뒤 4개월여 만에 실전에 복귀하는 손흥민은 시즌 17호, 리그 10호 골에 도전한다. 네 시즌 연속 리그 두자릿수 득점이 눈앞이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맨유전 첫 득점에도 도전한다. 이른바 ‘빅5’ 중 리버풀·맨시티·첼시·아스널을 상대로는 골 맛을 봤지만 아직 맨유의 골문은 열지 못했다. 가장 최근 만남인 지난해 12월 맨유 원정(1대2 패)에서 풀타임을 뛰고도 무득점에 그쳤던 손흥민은 바로 다음 경기인 번리전에서 그 유명한 70m 드리블에 이은 ‘원더골’로 축구계를 뒤집어놓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 “구단의 재정난에도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입단 후 220경기 83골 44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을 올여름 다른 구단에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