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뒷이야기를 담은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공개되자 야당 의원들이 입을 모아 총 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요구했다.
22일 오후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이 약속했다는 ‘완전한 비핵화’는 완전한 사기극이었다”며 “이 가짜 비핵화 쇼를 합작해온 청와대의 책임은 면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백악관의 사정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이날 해적판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됐다. 이에 윤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 지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요청한 ‘1년 내 비핵화’의 정확한 정의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또 “그 후 1년 동안 문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흔적을 찾을 수도 없다”며 청와대를 향해 “왜 이런 허망한 보증과 약속이 난무했느냐”고 질책했다.
볼턴의 회고록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먼저 제안했다고 적혀 있다. 또 청와대에서 당시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을 넣자고 요청했단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종전선언의) 근거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가짜 어음”이었다면서 “이 가짜 어음을 유통해 북한 비핵화라는 세계적인 과업을 부도낸 책임자들이 여전히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박진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도 대북정책 실패에 따른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통합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볼턴 회고록을 실제로 읽어보니 충격적”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리하고 즉흥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외교가 한미관계를 파탄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는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격을 추락시킨 외교 실패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할 것”도 촉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회의에서 지난 2018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국민과 공유하길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은 당시 무슨 얘기가 있었길래 북한이 이런 오만한 태도를 보여도 아무 반격도 하지 못하는지 회의감을 갖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속 시원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의 회고록이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정부 간 협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외교적 결례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에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