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 선원 21명 가운데 16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과 접촉한 항만노동자가 최소 160명에 달하지만 관계 당국이 우왕좌왕하면서 항만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부산시와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8시 부산 감천항에 들어온 러시아 국적의 냉동화물선 A호(3,400t)의 전체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국내로 입항한 외국 선적 선박 중 선원이 집단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6명 가운데 3명은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A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출항해 지난 21일 부산 감천항으로 입항했다. 이와 관련, 부상항운노조는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화물선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워과 선박 수리공 등은 최소 160명 이상”이라면서 “밀접 접촉한 것으로 분류된 조합원은 61명”이라고 전했다.
확진 판정이 나온 선원과 음성 판정이 나온 선원 등은 현재 A호에 격리된 상태로 확진자는 음압병상이 마련되는 이날 오전 병원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A호에 승선해 하역작업을 한 항만근로자와 세관 공무원, 도선사 등 55명을 접촉자로 분류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한편 A호 선장이 이번 집단 감염의 감염원인으로 추정된다. 해당 선장은 일주일 전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 러시아 현지에서 하선한 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박대리점을 통해 이 선장의 확진 사실이 22일 오전 부산검역소에 전달되면서 검역소는 A호 입항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항만노동자들은 관계 당국이 접촉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등에 따르면 A호 선장이 코로나19 확진된 사실이 전달된 건 22일 오전인데 항만노동자들에게는 오전 11시쯤 하역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때는 이미 국내 항만 노동자 34명이 해당 선박에 올라 하역 작업을 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작업 과정에서 마스크를 쓰지 못해 벗은 노동자도 적지 않았고 밀폐된 냉동창고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선박 선원 21명과 접촉한 상태인데 당국은 러시아 선박 선원 21명을 대상으로만 검사를 실시했고 항만 노동자에게는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려온 조합원이 육상 조합원과 함께 조합 대기실로 갔고 일부는 해당 선박 바로 옆에 정박해있던 러시아 선박 등 두 배를 오가며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두 배를 합치면 조합원은 124명이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조합원 124명은 항운노조 지부 컨테이너 대기실 안에서 자체 격리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음식을 공급한 이들까지 더해져 격리 인원은 160명까지 늘어났다. 이후 22일 오후 9시쯤 러시아 선박 21명 중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