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홍콩 자본이탈, 준비된 국가가 잡는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창현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



홍콩의 존재는 특별하다. 영국은 과거 홍콩을 조차해 100년간 지배하면서 독특하고 발전된 금융허브국가를 만들었고 이를 중국에 반환했다. 그런데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지칭되면서 성공한 모형으로 평가받는 이 도시국가가 최근 수난을 겪고 있다. 정치적 불안과 계속되는 시위의 여파로 지난 4월까지 홍콩에서 300억달러 이상의 헤지펀드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4,40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이 있지만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자본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언제 가속화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콩은 중국에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중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홍콩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국양제 국가로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면서 홍콩의 역할은 더욱 발전되고 증대돼왔다. 더구나 중국의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대중국 투자를 노리는 글로벌 자본들이 홍콩에 몰려들고 있다. 또한 중국 본토 자본들도 홍콩으로 진출만 하면 글로벌 시장과 만난다. 중국으로부터의 아웃바운드 투자와 중국으로의 인바운드 투자 기지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홍콩의 위상은 더욱 증진되고 심화돼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독주가 강해지는 가운데 보안법이 예정대로 시행되고 홍콩의 특별한 지위가 사라지게 되면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된다.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 최악의 경우 홍콩은 주룽반도에 자리 잡은 도시 하나 수준으로 위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13억명을 자랑하는 중국에 인구 750만명 수준의 도시가 하나 추가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중국은 상하이만으로는 홍콩의 빈자리를 메우기 힘들다고 보고 홍콩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1~ 5월 중국 자본 43조원이 홍콩으로 유입됐다는 통계도 있고 미국에 상장 예정이던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방향을 튼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미가 있고 홍콩의 지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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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콩의 기본적 강점이 글로벌 금융허브라는 점에서 미국이라는 기축통화국과 관계가 멀어지고 중국의 개입 강도가 강해질수록 자유스러운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하나의 도시 쪽으로 위상이 변해 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기회비용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중국의 고민은 더욱 깊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벌써 표정관리 중이다. 홍콩을 이탈한 많은 자본과 금융기관이 싱가포르로 유입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밀 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스위스의 금융중심지 지위가 흔들리면서 싱가포르는 큰 이득을 봤다. 그리고 최근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기는 우리도 제주도에 역외금융중심지를 조성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고 참여 정부가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한 바도 있다. 아쉬움이 앞선다. 국가발전과 번영의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며 제대로 준비하는 자에게만 의미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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