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업 차질로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센 가운데 대학생 10명 중 9명은 일부가 아닌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학생에 대한 등록금 환불은 어렵다는 대학 측과 인식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등록금 환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가 지난 18~22일 진학사와 함께 취업정보 사이트 ‘캐치(CATCH)’에서 대학생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6%가 ‘등록금 환불은 전체 학생들에게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학생에게 특별장학금을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7.9%에 그쳤다. 상당수 대학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학생들에게 100만원 이하의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은 달가워하지 않는 셈이다. 등록금 환불 적용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61.3%는 ‘이번 학기 등록금 환불’을 꼽았고 30.3%는 ‘다음 학기 등록금 감면’이라고 답했다.
적정 환불액으로는 ‘등록금의 3분의1’을 꼽은 학생이 39.3%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학 정보공시 기준으로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한 학기 33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10만~12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셈이다. ‘등록금의 절반’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1.6%나 됐다. ‘3분의2(19.1%)’와 ‘전액(8.3%)’이 그 뒤를 이었다.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거센 것은 코로나19 이후 기존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강의 내용에 ‘불만족한다’는 답변은 33.2%로 ‘만족한다(25.1%)’를 웃돌았다. 김준석 진학사 캐치본부 이사는 “1학기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돼 수업에 만족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고 등록금 반환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수강 중인 온라인 강의의 평균 강의시간이 1학점 당 몇 분인지 묻는 질문에 ‘25분 미만’이라는 답변이 9.9%에 달했다. 원래 원격수업이 1학점 당 25분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학기에 한해 해당 기준을 없앴다. 그 결과 25분도 채우지 않는 수업들이 발생하며 학생들의 불만을 키웠다.
교수들이 사전 녹화 강의나 실시간 화상 강의를 주로 활용하지만 외부 강의를 끌어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강의에서 주로 활용되는 수업 방식이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중복선택 가능) ‘사전 녹화’(769명), ‘실시간 화상 강의’(583명) 답변이 높았지만 ‘자료·과제물 대체’와 ‘외부강의 활용’ 답변도 각각 236명과 4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업뿐 아니라 시험까지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학생 상당수가 성적평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21.8%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28.1%)’와 ‘모르겠다(50.1%)’는 응답은 80%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기존 평가 시스템의 대안으로 떠오른 ‘선택적 패스제’ 찬성 여론은 64.2%로 반대(16.3%)를 크게 웃돌았다. 학생이 해당 학점을 그대로 받을지 패스(Pass)로 받을지 결정하는 선택적 패스제가 도입되면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을 학점 평점 계산 시 제외할 수 있다. 최근 서강대와 홍익대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후 이화여대와 연세대·한양대에서도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질 낮은 온라인 강의, 불공정 평가방식 등에 대한 불만 때문에 2학기에도 1학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학사가 운영되면 등록하지 않겠다는 학생들도 상당했다. 2학기 등록 예정인 학생 713명 가운데 ‘다음 학기도 이번 학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등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70.4%로 나타났지만 ‘휴학’(27.8%)이나 ‘자퇴’(1.8%)하겠다는 응답자가 29.6%에 달했다.
정부 여당이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대학이 전면적인 등록금 환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학생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 문제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학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