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연 법제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비공개로 설정된 대검찰청의 감찰본부 관련 규정도 공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현재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입법예고한 상태다. <관련기사> ▶[단독] 정부부처 '깜깜이' 행정규칙, 법제처장이 공개 여부 재판단한다
김 처장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비공개 행정규칙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 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사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 사건으로 조명을 받은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이 비공개라는 점을 들며 “검찰뿐 아니라 많은 부처가 내부규정을 무차별 비공개 처리하는 관행이 있기에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처장은 이에 “현재도 법제처장이 (비공개) 행정규칙을 요구하면 (각 부처가) 제출하게 돼 있지만 제출을 안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앞으로는 검토를 통해 비공개 사유의 적절성 여부도 따로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검찰의 비공개를 놔두는 것은 검찰이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처장은 “적극적으로 비공개 사유를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법제처는 지난 5월6일 각 부처별로 독자 유지하던 비공개 행정규칙을 기관장이 새로 발령할 때마다 김형연 법제처장이 공개 여부를 재판단하게 하는 대통령령 ‘법제업무 운영규정’과 총리령 ‘법제업무 운영규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이미 입법예고했다. 새로운 개정안은 비공개 훈령·예규 등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들도 원칙적으로 발령 후 10일 이내에 법제정보시스템에 내용을 등재하도록 했다. 특히 새 개정안은 법제처장이 해당 훈령·예규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기관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각 부처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부 규정을 법제처장에게 통보만 하게 돼 있다.
이번 개정으로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 등 상당수 비공개 훈령·예규가 법제처장에게 공개 여부를 재판단 받을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형연 법제처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으로 분류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 출신이다. 그는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이던 2017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진상조사를 청원했다. 이후 현 정권 출범 직후 사표를 내고 이틀 만인 2017년 5월21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돼 법조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김 처장은 이후 만 2년 뒤 법무비서관 자리를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영식 전 부장판사에게 넘기고 지난해 5월 차관급인 법제처장으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