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연계 후원자들이 조직적으로 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에 접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3일(현지시간)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 정부와 관련된 후원자들이 거액을 쏟아붓고 미 지도층에 접근해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중국의 국가안보 조직과 긴밀히 협력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성과를 중국의 저명 정치인사들에게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영사관 관리들이 지난 2016년 대선 직후 데이비드 티엔 왕이라는 이름의 ‘친 트럼프’ 운동가에게 접근했다. 중국 태생으로 미 영주권자인 왕씨는 ‘트럼프를 위한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단체의 설립자로 영사관으로부터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중국 현안에 관한 로비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왕씨는 ‘왕&마’라는 신설 로비업체를 캘리포니아주에 등록했으며, ‘트럼프 빅토리’라는 정치자금모금위원회에 15만 달러를 기부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미국의 한 중국어 매체에 ‘트럼프 선거캠프에 대한 접근권을 이용해 남중국해 미군 배치는 돈 낭비라는 견해를 밀어붙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왕씨는 2017년 5월 숀 스틸 캘리포니아주의 공화당 전국위원의 초청으로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이 행사는 공화당 지도부가 선거 전략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당 노선을 구상하는 자리였다. 왕씨는 이날 중국 과학기술부 연구원 자오강, 중국전략문화촉진회 집행위원인 탕벤,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가 리수 등 3명의 인사와 동행했으며, 이들은 2016년 9월 미중안보대화 비공개 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WSJ는 RNC 행사 후 이들이 대미 강경파이자 전직 중국군 소장인 루오위안 중국전략문화촉진회 사무총장을 포함한 중국 정치인사들에게 중국이 공화당 최고위층에 대한 접근 결과를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다. 또 2017년 6월에는 탕벤과 그의 아내가 트럼프 빅토리에 30만 달러를 기부하고 워싱턴DC의 트럼프호텔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WSJ는 “이들의 움직임은 중국이 어떻게 미국 정치에 침투하고 미 지도층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며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