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43)이 항소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김진석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315호 법정에서 열린 안인득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안인득은 살인 및 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안인득의 범행을 종합하면 사형 선고가 맞지만 당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형을 감경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등을 미뤄볼 때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 심각해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형을 감경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안인득은 황토색 수의를 입고 파란 마스크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채 법정에 들어섰다. 짧은 머리를 하고 예전과 비교해 다소 살이 붙은 모습이었으며, 생년월일과 주소지를 등을 묻는 인정심문에 차분히 대답했다.
선고공판이 열린 315호 법정에는 취재진 등을 포함해 80여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재판정에는 유족들도 자리했다. 선고가 시작되기 전 유족들은 “심장 떨려”라며 말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10분 남짓 선고 주문을 읽는 동안 안인득은 피고인석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1심 선고공판 당시에는 사형을 선고받자 여러 차례 돌출 발언을 하며 “황당해서 말이 안나온다. 불이익을 많이 당했는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깡그리 무시당했다”, “조작이 왜 이렇게 심하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날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은 뒤에는 조용히 퇴정했다.
반면 피해 유족들은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깊은 한숨을 쉬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유족들은 20분이 넘도록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재판정 의자에 앉아 법원 밖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앞서 안인득은 지난해 4월17일 80여세대가 살고 있는 진주의 한 아파트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다음 불길을 피하는 주민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주민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1심에서 작년 11월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안인득은 1심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감안해 형을 감경해야 하는데 사형을 선고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안인득은 불과 11분 사이에 11명을 흉기로 공격해 5명을 살해했고,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아파트 주민만 공격하는 등 철저한 계획하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미리 범행대상을 선정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범행 당시 사리 분별이 어려운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인득이 저지른 행위보다 반인륜적인 범죄는 쉽게 떠올리기 힘들다. 피해자들은 얼굴과 목, 가슴 등 급소를 찔려 살해당했다”며 “그를 사형에 처해 잔혹 범죄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재차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