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복원하겠습니다.”
유명희(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 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WTO가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돼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에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마저 지켜지지 못하면서 지난 1995년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해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WTO 체제에서 만들어진 통상질서와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한 만큼 이제는 우리 경험과 역량을 발휘해 WTO 교역질서와 국제공조 체제를 복원·발전시키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WTO 회원국 간 대립각을 중립적으로 다룰 ‘중견국’ 대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WTO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마찰로 정체된 만큼 중견국인 한국이 회원국 간 이견을 조정·중재하는 소임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이 되면 분쟁해결제도 등을 중심으로 WTO 협정을 재정비하겠다는 개인적 포부도 밝혔다. 그는 “분쟁해결제도·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며 “내년에 개최될 WTO 차기 통상장관회의 전자상거래 및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후보등록→선거운동→회원국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정부는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후보등록 의사를 전달했다. 유 본부장은 통상교섭본부장 직위를 유지하면서 선거전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부·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임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