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6월 25일 오후 4시 35분, 사상 최초의 상업 컬러 방송이 전파를 탔다. 미국 CBS사에 의해서다. 컬러 TV의 등장은 영국 BBC가 1935년 최초로 흑백 TV 방송을 선보인 지 16년 만이다. 가능성은 진작부터 거론돼 왔다. 독일에서 관련 특허가 처음 출원된 1904년 이래 세계 각국에서 무수한 기술이 나왔다. 막상 실용화에는 하나같이 실패를 거듭하던 1940년대 말, 미국에서 거센 논쟁이 일었다. CBS사가 개발한 회전원반방식(回轉圓盤方式)과 RCA사 3전자총방식(3電子銃方式)의 싸움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CBS 방식은 전용 수상기가 필요하지만 화질이 뛰어난 반면 RCA 방식은 흑백수상기로도 볼 수 있지만 색 번짐 현상이 심했던 탓이다. 오랜 준비를 거쳐 송출된 첫 컬러 TV 프로그램의 이름은 ‘프리미어(Premiere)’. 한 시간 여 분량은 세 부분으로 채워졌다. 방송전문가와 연예인들의 축하 인사와 전망을 필두로, 미술품 소개, 발레 공연 안내 방송이 나갔다. 흑백 전파와 차별화를 강조한 프로그램에는 방송 안팎의 기대도 컸다. 광고도 1만 달러 가량 붙었다. 고무된 CBS는 컬러 전파의 비중을 높이고 컬러 TV를 생산할 전자업체까지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CBS의 야심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볼 사람이 적었다. CBS사는 뉴욕과 워싱턴 특별행정구역,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을 수신 네트워크로 삼았으나 정작 수신기는 모두 합해봐야 20여 대에 불과했다.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컬러 수신기가 많았다지만 큰 도움이 못됐다. 두 번째 이유는 보다 결정적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략 물자 부족’을 우려한 미국 국방부의 컬러 TV 수상기 제작 중단 요구를 CBS는 받아들였다. 결국 최초의 상업 컬러 방송은 17주간 111시간 방영 기록만 남기고 1951년 10월 20일 막을 내렸다.
미국 컬러 방송의 최종 승자는 RCA사. 완전 전자식인 NTSC 방식이 미국 표준규격으로 채택되어 1954년 1월부터 전파를 탔다. CBS를 비롯한 미국의 전 방송국이 이 방식으로 컬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두 번째로 컬러 TV 방송을 시청한 나라는 쿠바(1958), 세 번째가 일본(1960)이다. 한국은 1980년 12월에서야 컬러 TV 방송이 시작됐다. 필리핀(1966)·대만(1969)·홍콩(1879)은 물론 말레이시아(1972), 태국·중국(1973), 북한·싱가포르(1974), 베트남(1978)보다도 늦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