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공시 건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불성실 공시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 계획 등이 취소된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다. 다만 같은 상장사가 여러 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있어 불성실 공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기업 수는 총 56곳으로 전년 동기(59곳)에 비해서는 적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총 65건으로 집계돼 지난해(63건)보다 많았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통틀어 불성실 공시 건수는 133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코스닥이 119건을 차지했다.
한국거래소는 반드시 공시해야 할 사안을 안내하지 않거나 이미 공시했던 내용을 무단으로 바꾸는 상장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공시 위반 사유에 따라 벌점을 매기는데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기면 관리종목이 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불성실 공시가 늘어나는 이유로 자금조달 환경 악화를 꼽는다. 유상증자 계획을 크게 바꾸거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무산돼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발행금액을 기존 공시한 바에 비해 20% 이상 바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총 17건으로 지난해(15건)에 비해 소폭 늘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관련 불성실 공시가 늘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쏠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지난달 19일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를 의결한 코썬바이오(204990)는 올해 세 차례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최대주주 변경이나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사실 등을 뒤늦게 알려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와 관련해 불성실 공시로 걸린 사례는 올해 들어 총 11건으로 지난해(14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한계기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엑시트(지분매각)를 하거나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공시를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