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가총액 증가분을 기준으로 선정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성장한 세계 100대 기업’을 보면 미국과 중국이 각각 47개와 24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LG화학 등 3개 기업에 그쳐 네덜란드(5개)에도 밀렸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각국이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춰 규제를 풀고 신산업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여러 법규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원격의료의 경우 재외국민만을 대상으로 2년간 한시 허용하기로 했고,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도 천편일률적인 사금고화 논리에 반쪽 규제 완화에 머물렀다. 내수업종 규제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돌아오도록 하는 리쇼어링 정책은 보조금만 찔끔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대규모 할인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시작됐지만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족쇄로 행사 기간에도 문을 닫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출범 한 달이 넘도록 속도를 내지 못하고 그 사이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하나둘 공장 문을 닫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지만 재정으로 만든 ‘분식 성장’에 불과하다.
정부는 말로만 ‘전시(戰時)경제’를 외쳐서는 안 된다. 도돌이표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신산업들이 규제에 묶이니 시중 자금이 부동산만 찾는 것이다. 2차 팬데믹이 현실화해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진 뒤에야 정책 집행의 속도를 내겠다고 부산을 떨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