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가 진행 중이지만 일부 품목의 대일본 수입액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 발제를 맡은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는 “지난 1~5월 기준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은 전년 대비 44%에서 12%로 줄어드는 등 국산화 성과가 있었으나 포토레지스트(감광재)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오히려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1~5월 대일본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1억5,081만달러로 전년 대비 33.8% 늘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액 역시 같은 기간 1,303만달러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박 교수는 “기업별 평균연구개발비를 비교하면 일본이 1,534억원, 한국이 130억원으로 양국 간 규모 차이가 크다”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소업체 간 인수합병(M&A)을 독려하거나 잠재력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는 장비 기술개발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부품 기술개발이 가장 시급하다”며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사업단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한국동북아경제학회 회장)는 “국내 소부장 산업이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한일 소부장 산업은 강력한 분업체제로 2018년 기준 약 811억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전체 제조업에서는 약 1,233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국산화, 글로벌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양국 소부장 특화지역을 마련해 기업 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공동 개발·생산, 숙련 기술자·경영자 교류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일본 수출규제의 근본 배경에는 사상 최악의 한일 외교갈등이 있다”며 “우리 기업이 대일 비즈니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일본 경제계와 쌓아온 30년 신뢰를 바탕으로 ‘한일재계회의’ 등을 통해 한일 상호수출규제의 조속한 해결, 한국 기업인 일본 입국금지 조치 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