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전통산업 시총 70조 줄어들때 신산업은 100조 늘었다

[코로나發 증시 구조개편]

車 등 시총 246조로 22% ↓…인터넷 등 305조로 50% ↑

전통 밸류에이션 퇴조…특허 등 무형자산 새지표로 부상

"가격·지식재산 비율 기업 평가 가치에 적극 포함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플랫폼 등 신산업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은행 등 전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다. 국내 주식시장 내 ‘산업 지형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자 신산업의 ‘미래’에 베팅하는 돈은 더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존의 밸류에이션 패러다임으로는 주가를 설명하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혁명=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섹터지수에 포함된 428개 종목 중 헬스케어·인터넷·게임·미디어 등 신산업 부문의 시가총액은 305조2,000억원(6월26일 종가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12월30일(203조5,000억원)에 비해 49.9%나 급증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대표종목들을 섹터(산업)별로 모아 KRX섹터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기계장비·건설·철강·은행·보험 등 전통 제조 및 금융업종의 합산 시총은 같은 기간 314조1,000억원에서 245조8,000억원으로 21.7%나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신산업 대표주들의 시총이 100조원 넘게 증가한 사이 구산업은 70조원가량 급감한 셈이다.


신산업이 코로나19를 거쳐 ‘실적’ 향상을 실제로 이끌어내면서 주식시장에서 유망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주도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령 카카오는 지난 1·4분기 영업이익 88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실적 기대치와 주식시장에서의 평가가치도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풍부한 유동성, 신산업 대표주에 몰려=반면 전통 제조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로 경기 위기를 맞으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40.88% 감소한 2조2,872억원이다. 전통산업과 신산업 사이의 간극이 벌어진 기저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이 깔려 있다. 유동성이 많아지면 시장 평가가치가 더 높아지는 쪽은 기존 산업보다는 신산업이다. 한 기업의 적정주가는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나눠 계산한다. 이때의 ‘할인율’은 시중 이자율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이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정관념 깨지는 밸류에이션 평가=이 같은 유동성 완화 기조는 역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ER이 높은 신산업에는 계속 돈이 쏠리고 PER이 저평가된 전통산업에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건설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5.4배에서 28일 4.77배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의약품은 51.71배에서 72.56배로 부쩍 뛰었다. “어떤 종목이든 적정선의 밸류에이션이 있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중요도를 높이고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기존 밸류에이션 지표가 지나치게 유형자산 위주로 평가돼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PPR(Price Patent Ratio·가격과 지식재산 사이의 비율)’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특허 등 무형자산을 밸류에이션에 적극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대가 변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평가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무엇이 성장인지’에 대한 토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