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단독] 피해자라더니…300억 자금줄 요직 맡은 옵티머스 대표 부인

"법무법인의 서류 위조에 속았다"는 김 대표의 부인

옵티머스 펀드 자금 흘러든 주요 회사 등기이사 올라

환매 중단 사태 불거지기 전인 이달 초,

김 대표 강남 아파트에 지인이 매매예약…'수상'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입구./조권형기자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입구./조권형기자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재현(50)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이사의 부인이 옵티머스 펀드 자금줄과 연관된 주요 법인들의 등기 이사·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막대한 투자금을 모집해 온 장본인인 김 대표는 딜 소싱을 맡은 H법무법인이 서류 위조와 부실기업투자를 주도했다며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인에 부인이 등기 임원으로 올라 있는 것을 미뤄볼 때 김 대표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모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 김 대표가 펀드환매가 중단 직전인 이달 초 본인과 부인 명의의 40억원대 아파트를 매매 예약한 것으로 나타나 환매 중단 사태에 미리 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대표의 아내, 펀드 피투자사 이사 맡아
30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현장검사를 통해 펀드 자금 총 2,699억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한 6개 회사 중 1곳인 골든코어에서 지난해 4월22일부터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A씨는 옵티머스 김 대표의 부인이다. 골든코어는 옵티머스 자금 312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골든코어는 옵티머스 자금 261억원을 받아간 하이컨설팅과 함께 2018년 2월 비상장 바이오기업 엔씨엘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총 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 직후인 2018년 5월 한 코스피 상장사가 엔씨엘바이오를 인수하면서 골든코어와 하이컨설팅은 해당 상장사에 엔씨엘바이오 주식을 66억원에 매각했다. 그리고 해당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 자금을 그대로 재투자했다. 이때 하이컨설팅의 100% 주주이던 이모씨는 하이캐피탈대부로부터 50억원을 차입해 추가 투자했다.

A씨는 옵티머스 의혹의 중심에 있는 대부업체 대표 이모씨와도 여러 법인에 함께 등기돼 있다. 충주호유람선은 이씨가 대표이사, A씨가 감사이며 청주스마트시티는 이씨가 사내이사, A씨가 감사로 등재돼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 자금 713억원과 663억원이 각각 들어간 아트리파라다이스와 씨피엔에스의 대표이사다.

김 대표 아내, 무자본 M&A 의혹 받은 법인서도 이사
A씨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의 압수수색을 받은 셉틸리언의 전 사내이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초 법인 설립 이후 단독으로 사내이사를 맡다가 지난 5월28일 사임했다. 셉틸리언의 법인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 옵티머스 건물 4층이다.

셉틸리언은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의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에 연루된 페이퍼컴퍼니다. 지난해 2월 셉틸리언이 최대주주(지분율 70.8%)였던 화성산업은 해덕파워웨이를 301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이전 대주주가 2018년 4월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직후 옵티머스 펀드에 회삿돈 370억원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해덕파워웨이 소액주주들은 옵티머스와 셉틸리언의 관계로 볼 때 회삿돈을 한 바퀴 돌려서 무자본 M&A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측은 셉틸리언이 화성산업에 투입한 자금은 외부에서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호삼 부장검사)는 이 의혹과 관련한 진정을 받아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후 셉틸리언은 코스닥 상장사 코너스톤네트웍스에도 투자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호라이즌1971코리아로부터 코너스톤네트웍스 주식 275만주(16억4,175만원)를 매입했다. 이때 호라이즌1971코리아가 갖고 있던 325만주(19억4,025만원)는 대한시스템즈가 매입했는데, 셉틸리언은 대한시스템즈의 대주주(지분율 41.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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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주모자 두고 김 대표vs대부업자·변호사 공방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주모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핵심 관련자들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동업자인 대부업자 대표 이씨와 H법무법인의 윤모 변호사가 서류 위조와 부실기업 투자를 주도해왔고 운용사는 뒤늦게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씨와 윤 변호사 측은 서류 위조와 업무 협조 등은 시인하고 있지만 김 대표의 주도하에 펀드 설정과 자금 유출, 부실 기업 M&A와 부동산 PF투자 등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옵티머스의 자금 흐름과 관련된 법인 곳곳에 김 대표의 아내가 이사나 감사로 등기돼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옵티머스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조작을 모르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수백억대 자금 흐름에 관여된 셉틸리언의 사례를 보면 김 대표가 A씨를 등기해둔 법인들을 직접 관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운용하던 펀드 자금과는 별도인 외부 자금이 몇몇 법인들에 섞여 있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대표는 고액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투자받아 브릿지론 자금으로 운용한 바 있는데, 이러한 돈들이 아트리파라다이스나 트러스트올 등에서 오갔다는 것이다.

해덕파더웨이 대표, 이달초 김 대표 자택에 매매 예약
한편 김 대표가 이달 초 자신과 부인이 공동소유한 강남 아파트를 지인에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대표가 소유한 시가가 40억원 가량의 강남 대치동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매매 예약을 이유로 이달 4일 가등기 됐다. 특히 매매 거래 당사자가 해덕파워웨이의 대표인 박모씨라는 점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씨는 화성산업의 대표를 맡은 상태에서 화덕파워웨이를 인수하면서 대표로 취임한 바 있다.

이러한 취재 내용과 관련한 서울경제의 전화와 문자에 김 대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골든코어 대표이사 정모씨는 “A씨가 사내이사가 된 것은 김 대표 측에서 사업의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해한다”이라며 “개인적으로 무엇인가를 취하기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씨와 A씨는 지난해 4월22일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정씨는 회사 지분 절반을 인수했고, 나머지 지분은 트러스트올이 가지고 있다. 트러스트올 대표이사는 대부업체 대표 이씨다.

그는 “제가 대표로 취임한 뒤에는 트러스트올에서 사업 자금을 차입했을 뿐 옵티머스 펀드에서 별도로 들어온 돈은 없다”며 “현재 ‘광주 봉현 물류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사로서 인허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4개월 안에 본PF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권형·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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