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아시아나 계열 금호티앤아이, 현대그룹에 500억 갚는다

IDT·에어포트·세이버 등에서 대여

금호티앤아이 RCPC·CB 500억 상환

현대그룹 PEF 투자금 3년 안돼 회수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계열회사인 금호티앤아이가 빚 500억원 상환에 나섰다. 3년 전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금호그룹에 투자한 현대그룹은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호티앤아이는 지난 2017년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인수한 CB와 이를 일부 전환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500억원의 상환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금호산업(002990)아시아나IDT(267850)·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세이버 등은 500억원을 금호티앤아이에 대여한다고 최근 공시한 바 있다.


이번 상환으로 현대투자파트너스는 2년9개월 만에 투자금 5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현대그룹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로 현정은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현 금호티앤아이)가 발행한 3년 만기의 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금호그룹에 81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중 215억원가량은 지난해 8월 RCPS로 전환해 현재 금호티앤아이 지분 6.7%를 보유한 대주주다.

관련기사



0115A25 금호티앤아이 CB 자금 활용 일지


문제는 CB 상환에 나선 곳들이 산은 지원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회사라는 점이다. 이 계열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무급휴직 등으로 인력을 반만 운영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더욱이 금호티앤아이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을 지주회사로 세우는 등 그룹을 재건할 당시 외부 투자금을 금호고속으로 몰아주는 창구 역할을 한 회사다. 2017년 CB 발행 이후 금호속리산고속 등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금호고속으로 흘러들어간 돈만 460억원에 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자금을 대여한 계열회사들이 산은의 지원 대상이 아닌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당초 산은 측도 계열사를 동원해 CB를 상환하는 것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호리조트 등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골프장 아시아나CC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 등과 물밑접촉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돌연 산은이 입장을 바꿨고 결국 계열회사의 자금을 끌어모아 빚 상환에 나선 것이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CB 인수 당시 금호리조트를 비롯해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IDT 등이 보유한 금호티앤아이의 지분 모두를 담보로 잡았다.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가 통째로 현대그룹에 넘어가는 셈이 된다. 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되는 만큼 상환 요구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