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진료와 시술 기회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 법이 낙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최근 성 소수자의 직장 내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불법체류청소년추방유예제도(DACA·다카) 폐지 추진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대법원이 또다시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낙태진료소 숫자에 한도를 두고 낙태 시술이 가능한 의사 수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의 낙태의료시설법이 헌법에서 보장한 여성의 낙태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 법에는 약 30마일(48㎞) 내에 2개 이상의 낙태진료시설을 두지 못하고 시술도 환자 입원 특권을 가진 의사만 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이에 따라 주 내에서는 낙태 권리를 크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낙태옹호론자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루이지애나 법은 낙태 시술 제공자의 수와 지리적 분포를 급격히 감소시켜 주 내에서 많은 여성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낙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은 9명의 대법관 간에 의견이 팽팽히 갈린 끝에 5대4로 낙태 권리 옹호로 결론이 났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4명에게 가세했다는 것이다. 미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의 구도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별개 의견을 내고 자신은 루이지애나 법을 위헌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 판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루이지애나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백악관은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선출직이 아닌 대법관들이 근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의 가치를 소중히 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 선호에 따라 낙태에 찬성해 주 정부의 자주적인 특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