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에서는 사람이 시스템에 들어가고 뇌를 읽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학습이 필요없이 학습내용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가능해지겠죠. 하지만 이는 꿈과 희망에 불과하고, 현재 우리의 주소는 엠씨 스퀘어에 불과합니다.”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서 이진형 스탠퍼드대 신경과·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2의 연사로 나섰다. 이 교수는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돼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015년 뇌 회로 분석을 통한 뇌 질환 치료를 목표로 연구결과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벤처회사 엘비스(LVIS)를 설립했다. 엘비스는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뇌 회로도 개념을 기반으로 뇌전증과 치매, 파킨슨병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이 부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파이어니어(혁신과학자상)’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정보기술(IT) 산업과 바이오·메디슨산업을 비교했다. 그는 “IBM과 인텔이 컴퓨터를 만들고 퀄컴이 통신장비를 만들고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IT산업의 주인공이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앞선 세대 기업보다 기업가치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키웠다”며 “아직 헬스케어나 바이오에서는 이런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어떤 조건을 가진 기업이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수많은 투자를 받았으나 결국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한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6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홈즈가 왜 아무것도 못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며 “IT 분야였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IT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플랫폼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메디슨 분야에서도 플랫폼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연구 목표는 전자회로를 고치는 것처럼 뇌를 고치는 것”이라며 뇌에 관한 엔지니어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뇌 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에서, IT가 플랫폼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한 것처럼 바이오·메디슨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모든 사람이 다 하나씩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플랫폼 테크놀로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