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가 조기 상환하겠다는 1,900여억원을 정부가 마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역대 최악의 나라살림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칙론을 덮고 재정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과거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은 2,600억원 중 남아있는 1,890억원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스케줄대로 갚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원(GDP대비 5.8%)에 달해 IMF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한 푼이 아쉬운데도 기존 일정대로 하라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협은 빨리 상환을 하려는데 정부는 시간을 보자고 하고 있어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는 1997년 외환위기로 발생한 조합들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상당기간 적자에 시달렸다. 정부는 중앙회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600억원의 무이자 장기대출을 해줬고 정부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을 체결했다. 중앙회는 MOU 상환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분기별로 순차적으로 갚고 있으며 올 3월 기준 총 710억원을 상환했다.
특히 최근 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하면서 MOU 해소의 걸림돌이었던 누적 결손금을 전액 보전했다. 지난해 5,72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시현했고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9.18%로 자본적정성도 대폭 개선됐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 재정지원자금을 조기상환 가능한 수준까지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며 “결손을 메우는 용도로만 이자를 쓸 수 있는데 결손이 없어 이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대응을 하느라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수입 확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의 한 경제전문가는 “규모가 크진 않더라도 신협 사례와 같이 사각지대에 있는 수입원을 더 발굴해야 재정 건전성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