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반짝하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긴급재난지원금 나왔을 때는 20% 정도 손님이 늘었는데 요새는 말도 못합니다.”
2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초입에서 만난 김철환(44)씨는 “평생 장사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숨통이 트일 거라 기대도 안했지만 이렇게 빨리 꺼질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마트 점주인 김씨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지나다니는 행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명 국밥집이 늘어선 골목에는 대목인 점심시간인데도 가게마다 손님이 있는 곳은 한두 테이블 정도였다. 20년 넘게 돼지국밥집을 운영했다는 한모(67)씨는 “나라에서 돈을 푼다 그래서 기대했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우리 동네 식당은 다 안 된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 한달이 넘었다. 하지만 전국 주요 전통시장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반짝 효과’만 있었을 뿐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다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았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식당과 잡화, 의류 등을 취급하는 상가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특히 재래시장에 위치한 영세 식당은 시내 중심가의 중·대형 식당과 달리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반면 정육점과 반찬가게, 떡집 등 외식과 반하는 품목은 그나마 포장 손님이 늘면서 특수를 봤다.
울산 태화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정모(51)씨는 “재난지원금이 나온 당시에는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려는 손님이 몰리면서 매출이 20% 이상 늘기도 했다”며 “체감하기로는 재난지원금 약발이 채 한달도 못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덜 겪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기 시작한 수도권과 충청·호남권 등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모(57)씨는 “지난달에는 그래도 하루 평균 200만원 이상의 매상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10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며 “뉴스를 보니 정부가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지금은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활기를 찾았던 대전지역 재래시장도 재난지원금 소진과 잇따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손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60대 고령 확진자가 대거 다녀간 동선에 포함된 대전 서구의 한 재래시장은 방문자가 반토막이 났다. 일부 점포는 대전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잠잠해질 때까지 휴점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가장 타격이 컸던 대구 전통시장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재난지원금이 풀리자마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식료품 등을 구입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며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서 가게를 닫아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이 전통시장에 ‘반짝 특수’만 남기고 사실상 효력을 다한 것은 통계수치로도 입증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전통시장 경기실사지수(BSI)는 올 1월 71.7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23.9점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109.2로 크게 증가했다가 지난달 79.2점으로 감소했다.
/울산=장지승기자jjs@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