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투기세력으로 여기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한층 강화한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서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고 4.0%로 높이는 것과 별개로 다주택자 보유세를 추가로 높이는 한편 고가주택을 한 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정은 이 같은 추가 대책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해 7월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하기로 했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종부세 강화 법안에 추가로 다주택자와 단기 매매자를 타깃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개정안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규제지역 확대와 함께 다주택자 중과세 세율 인상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2·16대책을 통해 종부세 강화안을 내놓았으나 20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초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올린다. 종부세를 도입한 참여정부 당시보다 최대 1%포인트나 높인 것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높였다.
정부가 이미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안을 내놓고도 추가 세금 폭탄을 꺼내 든 것은 저금리 속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며 집값 상승이 지속되자 다주택 보유 투기세력을 확실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이 지난 만큼 정기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음에도 속도전을 펼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국내총생산(GDP)의 0.9%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1.1%보다 낮아 높여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2·16대책 발표 뒤 “시장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재추진해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상향할 계획이다. 현행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도 최소 3년 또는 5년 이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1번의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집값을 때려잡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을 때 시장에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는 취득세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