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입자동차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한 닛산과 인피니티를 비롯해 렉서스, 도요타까지 일본 브랜드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철수에 앞서 ‘재고 떨이’ 목적의 대폭 할인 세일을 진행했고, 할인 공세에 렉서스, 도요타까지 합세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들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장기간 소비가 위축됐으나, 할인 폭을 대폭 키우자 소비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던 닛산은 824대가 판매돼 전달(228대) 대비 261.4%가 늘었다. 인피니티도 한 달간 102대가 판매돼 전달(63대) 대비 61.9% 판매가 증가했다. 렉서스와 도요타 역시 1,014대, 665대가 판매, 전달 대비 각각 39.5%, 37.1% 늘었다.
닛산은 지난달 전 모델을 대상으로 30%가량 할인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는 1,000만~1,350만원에, 대형 세단 맥시마는 1,450만원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알티마는 기본 모델이 1,910만원에 팔려 국산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맥시마는 3,070만원으로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판매됐다.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QX50, QX60을 5,000만~6,000만원씩 할인돼 4,000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됐다. 이 두 모델은 한국닛산의 마지막 수입 물량으로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전량 판매가 마감됐다.
일각에서는 애프터서비스(AS)나 무상보증에 대한 우려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한국닛산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8년간 부품을 공급해야 해 2028년까지 품질보증, 부품관리 등 AS를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이행이 될 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닛산 본사에 패널티를 가해야 하지만, 일본에 있는 본사를 처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닛산은 철수 발표 이전에도 AS에 대한 불만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닛산은 대부분 딜러사를 통해 AS가 이뤄지기 때문에 차량 리콜 문제나 대규모 수리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차주들은 파워트레인과 같은 주요 구동 부품들의 AS 재고 확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상태다.
기존 구매자들의 문제는 더욱 극심하다. 이들은 할인 행사보다 비싼 가격에 차량을 구입했지만, 법인 철수와 할인 공세에 따른 고객 확대에 AS에 대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고차 가격 하락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철수 발표 이후 닛산과 인피니티 매도를 원하는 차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닛산과 인피니티의 할인 공세에 기존의 차주들은 중고가 가격 하락을 비롯해 필요시 AS를 원활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차량을 매도하고 있다”며 “닛산 법인 철수로 리콜 문제가 발생하거나 전손 등의 수리가 필요한 경우 차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