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사회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맹모삼천지교’의 고대사회에서는 글방 찾기도 쉽지 않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도서보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독서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일반인이 손쉽게 도서를 접하게 된 것은 1731년 미국의 ‘필라델피아 도서관 조합’이 효시다. 이후 세계 최초 국립도서관인 의회도서관 설립(1800년), ‘매사추세츠 도서관법’ 제정(1837년) 등으로 독서의 대중화에 속도가 붙었다. 독서가 정보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임과 동시에 국가의 힘의 원천임은 이후 미국의 성장세가 잘 보여 주고 있다.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공공도서관 확충을 추구했지만 이용자의 요구와 환경의 변화는 도서관 생존의 절대적 조건이 됐다.
미국과 유럽의 공동도서관은 종이책·CD·DVD·오디오북과 같은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화된 사이버도서관으로 바뀐 지 오래다. 회원 카드만 있으면 모든 도서관의 책들을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책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시대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더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독서환경은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도서 서비스를 추가한 넷플릭스와 킨들로 대표되는 아마존 등은 낮은 가격과 장서를 무기로 구독경제라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밀리의서재와 리디북스 등이 짧은 기간에 다수의 독자층을 확보하는 등 구독 서비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최근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쌍방향 소통’을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꼽았다. 저자 특강과 저자와의 대화를 내세우는 독서모임이나 북콘서트를 비롯헤 북러닝·북카페 등은 많은 독서층이 선호하는 소통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북카페는 온라인 문화로 옮겨가는 독자층을 확보하는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 밀라노에서 문을 연 북카페 ‘코르소코모’는 복합문화공간의 시대를 알렸으며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서 시작된 ‘쓰타야서점’은 최근 19곳으로 늘어났다. 외지인이라면 반드시 들려봐야 할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출판계도 독서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새삼 필요한 때다.
중국 명나라의 서예가 동기창은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 하여 책을 많이 읽고 세상을 두루 다녀 견문을 넓히기를 권장했다. 안중근 의사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명언만 가지고 독서층을 확보하는 진부한 마케팅은 작금의 환경 속에서 최고의 방법이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소지하기 쉽고 틈만 나면 어디서든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작은 크기의 페이퍼백을 싼값에 보급하고 있다.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판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간단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쁜 현대인을 위해 수백쪽에 달하는 두꺼운 서양 고전 원본을 요약, 함축된 내용만 전달해 인기가 높다. 독서량이 높은 미국의 경우 ‘조부모와 책 읽기’ 운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모두 독서층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환경 변화에 대해 독서문화계 전반의 심각한 대비와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