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76년 7월 미 합중국 이름으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지 240여년이 흐른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따른 항의시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사실상 자신의 재선 행보에 주력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 분위기에서 독립기념일을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연설을 했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방정부가 준비한 대규모 기념식인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의 일환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지금 급진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무정부주의자·선동가·약탈자, 그리고 많은 경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찌르는 과정”이라며 “폭도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플로이드 항의시위대를 폭도로 치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남부연합 장군을 비롯한 각종 동상 훼손과 관련해 “우리의 과거는 버려야 할 짐이 아니다”라며 백인 지지층에 호소했다.
특히 이날 행사가 열린 백악관 잔디밭은 참석자로 가득 찼으나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연말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며 “그의 발언은 전국적으로 5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많은 지도자들이 (확산을 우려해)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미 해군과 공군 특수비행팀의 에어쇼가 펼쳐졌고 미 육군 낙하전문 ‘골든나이츠’가 성조기를 공중에서 펼쳐 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후9시 이후부터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독립기념일 연휴에 전국에서 80%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지만 이를 강행한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독립기념일 행사를 재선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WP는 “인종차별과 갈등이 심각한 시대에 워싱턴DC에 모인 미국인들은 7월4일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면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까지 날아가 전야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했다. 조지 워싱턴을 포함해 미국을 대표하는 전직 대통령 4명의 대형 두상이 새겨진 곳인데 7,500명의 인파가 운집했지만 마스크를 쓴 이들은 거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우리 역사를 말살하고 우리 영웅을 훼손하며 우리의 가치를 지워버리고 우리 아이들을 세뇌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이라고 비난해 통합보다는 분열에 방점을 찍은 연설을 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인종차별을 근절해 미국의 건국이념을 완수하겠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그는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한 가지 분명한 이념을 토대로 건국됐다”며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의 근원을 제거할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