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롯데월드 타워 26층 소규모 회의실에 모인 9명의 롯데쇼핑 소속 직원들은 롯데슈퍼 온라인부문 임상미 대리의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임 대리가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자 함께 있던 젊은 직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내가 왜 여기 와있지”라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첫 만남부터 한 달간의 연구와 열띤 토론은 물론이고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 등 롯데쇼핑 주요 임원들 앞에서 했던 프레젠테이션(PT) 까지 지난 4개월간의 시간이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영원처럼 느껴졌던 30분이 지나자 임 대리의 스마트폰에서 벨이 울렸고, 주문한 상품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에 이들의 표정에 안도감과 함께 미소가 맴돌았다. 이날 이들이 배송 받은 상품은 롯데리아 햄버거 세트와 엔제리너스 커피 등이었다. 각기 다른 브랜드의 상품이 30분 만에 함께 배송 된 것이다. 모바일로 주문된 롯데 계열사 내 각기 다른 브랜드 상품이 짧은 시간 안에 통합 배송 되는 서비스는 롯데쇼핑의 ‘옴니협의체’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날 회의실에서 함께 모여 첫 테스트를 했던 9명의 직원들은 이 서비스를 개발한 협의체 구성원들로 이들 모두는 롯데쇼핑 내 각 사업부의 디지털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다. 입사 이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계기는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희태 부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옴니 서비스 구현을 위해 옴니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할 젊은 세대 중심의 프로젝트 팀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후 롯데쇼핑 각 계열사별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30대 직원 9명을 선발해 ‘옴니협의체’를 꾸렸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온라인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면서 각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옴니 서비스 기획’이었다. 협의체 구성 당일인 지난 3월 4일 갑작스런 인사발령을 받고 어리둥절 한 9명의 직원들은 어색함과 함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부담감에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로 한 달 간 동거동락 하면서 코로나 19 여파로 회식 한 번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서로 “우리 같이 스타트업 하나 차려도 되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친숙한 사이가 됐다. 특히 한 달 여간의 과정 중 한 가지 주제로 3일간 치열한 논의를 거치는 등 각 계열사들이 상생하면서도 회사 전체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임해민 롯데마트 마켓팅부문 책임은 “이번 과정을 통해 각자 다른 계열사들의 생태계를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활 했다는 걸 느꼈다”며 “본업에 돌아가서도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한 달간의 연구 끝에 옴니협의체는 ‘롯데 상품을 한 번에 구매·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 달 뒤인 4월 7일 옴니협의체 직원들은 강 부회장 및 여러 임원들 앞에서 1시간이 넘는 PT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강 부회장은 PT 이후 “특정 지역에서라도 빠르게 시도를 해보라”며 “시도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면 된다”고 답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강 부회장은 실패를 하더라도 빠르게 시도하라는 의미인 ‘패스트 페일’과 ‘스몰 챌린지’ 전략을 강조했었다”며 “옴니협의체의 아이디어를 당장 테스트해보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협의체에 참석한 e커머스 O4O부문 장수정 대리는 “처음에 이게 될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다는 점이 회사 생활 중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탄생시킨 아이디어는 오는 7일부터 롯데ON의 ‘한시간배송 잠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먼저 잠실역 주변 2㎞ 반경 범위에서 롯데리아의 라이더를 활용해 롯데 GRS의 상품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빌라드샬롯 등 4개 브랜드의 110여 가지 상품을 한 번에 결제하고 배송 받을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한 여러 상품은 거점센터인 롯데리아 잠실광장점에 모이고, 거점센터에서 포장해 고객에게 배송한다. 롯데ON은 7월 한 달 간 테스트를 거친 뒤 오는 8월 중 ‘한시간배송’ 서비스 대상 품목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 상품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