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끊임없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불만을 표시해온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고 중국의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사용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선을 넓히는 모양새다. 재선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어떻게든 유지하면서도 중국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WHO 탈퇴서를 제출했다. 추가 절차를 거쳐 최종 탈퇴가 이뤄지는 시점은 1년 뒤인 2021년 7월6일이다. 지난 5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4,000만달러(약 478억원)밖에 내지 않는 중국이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WHO와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겠다는 계산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1년 전에 통지하고 WHO에 남은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WHO에 연간 4억달러 이상을 내고 있지만 경상비와 회비 등 약 2억달러가 밀려 있다. 최종적으로 탈퇴하려면 2억달러의 빚을 처리해야 하는데, 의회 동의 없이 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첫날, 나는 WHO에 재가입하고 우리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 앱 틱톡 금지 방안도 확인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처리와 관련해 중국에 보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틱톡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틱톡의 아동 사생활 보호 합의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분명하게 촉구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이번 사태에 대해 광범위한 비난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급감하고 있다”며 틱톡 금지 검토 배경을 분석했다.
국무부는 또 중국 정부가 미국 외교관과 언론인·관광객의 티베트 방문을 막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비자 제한 대상자의 이름이나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사당국도 중국 압박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주최 행사연설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 미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레이 국장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재진행 중인 5,000여건의 방첩 사건 가운데 거의 절반이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보당국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조작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과 이를 위한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도 그는 주지사와 교육당국자들을 대상으로 빠른 경제활동 재개의 전제조건인 9월 학교 정상화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재선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몬머스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1%)은 바이든 전 부통령(53%)에게 12%포인트나 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노인층과 경합주에서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 가운데 하나인 남부 저학력 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다만 대선이 아직 3개월여 남은데다 TV 토론 같은 변수가 있어 현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미국 주요 매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