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대장주 가운데 하나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0평형)는 지난달 27일 17억원(29층)에 실거래 신고됐다. 올해 초 14억원대 수준에서 최근 한 달여 사이 15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17억원에 올라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성북구에서도 전용 84㎡가 9억원을 넘어섰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시세 15억원 초과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고, 9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20%만 적용된다.
정부가 23번째 대책을 예고했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신고가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 규제로 대출 제한이 걸려 집값 상승의 저지선 역할을 했던 9억원, 15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 역시 과거와 같은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도 나오기 전에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성북도 전용 84㎡ 9억원 넘어=8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비롯한 서울 강북의 아파트 단지들이 대출 규제 선을 넘어 신고가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금호어울림센터힐’ 전용 84㎡는 지난 4일 9억2,500만원(5층)에 실거래 등록되면서 9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2016년에 입주한 아파트다.
9억원을 넘어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자이 2차’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9억8,000만원(7층)에 손바뀜이 나타났다. 직전 최고가였던 8억4,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이 뛰었다. 마포구 도화동 ‘도화현대’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9억7,900만원(8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KCC스위첸’ 전용 64㎡ 또한 신고가 9억2,500만원(6층·6월10일)으로 대출 규제 선인 9억원을 뛰어넘었다. 양천구 목동 ‘현대’ 전용 57.84㎡도 이달 1일 9억1,5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종전 최고가(8억5,000만원)를 넘어 9억원을 돌파했다.
◇주담대 막힌 15억원 초과도 상승=대출이 완전히 막힌 15억원 초과 단지들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광진구 광장동의 ‘현대 5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15억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인 14억3,500만원보다 7,000만원 올랐다.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전용 84㎡)’도 지난달 23일 16억원, 마포구 공덕동 ‘공덕더샵(84㎡)’도 같은 달 30일 16억5,000만원(13층)으로 각각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출이 전혀 되지 않는 만큼 갭 투자 혹은 현금부자들만 접근이 가능한데도 시장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아파트 가격대별로 대출 규제를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한 예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9억원까지는 LTV가 40%가 적용되지만, 9억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가 20%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14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9억원에 대한 40%(3억6,000만원)와 초과분 5억원에 대한 20%(1억원)를 더해 4억6,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집값이 15억원을 넘어가면 아예 대출이 금지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집값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예전에는 9억원짜리 집을 8억9,990만원에 거래를 하는 식으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모습이 나타나고는 했는데, 이제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대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들이 접근하고 있다”며 “대출을 이용해 수요를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진동영·양지윤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