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미국은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입장을 반박했다. 그는 최 부상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며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서울 중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갖고 “나는 최근 ‘우리와 만날 준비가 안됐다’는 몇몇 언론 보도를 봤다”며 “(그 보도들은) 뭔가 이상했는데, 우리는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분명히 밝혀두겠는데, 우리는 방북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이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이뤄진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국을 만나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 4일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최 부상의 담화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비건 부장관은 또 이날 주한미국대사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 부상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며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비건 부장관은 “나는 최 부상이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두 사람을 두고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대화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행동은 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본부장과의 실제 대화에서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는 등의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이날 비건 부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이도훈 본부장과 잇따라 의견을 나눴다. 그가 부장관에 취임한 이후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방한 때는 부장관 지명자 자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출장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