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스피 3,000법’으로 내세우며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코스닥협회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정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집중투표제, 이사 임기 상한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의 주요 대상은 대기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회원사의 9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인 코스닥협회도 공식 반대하면서 기업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코스닥협회는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지난달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내용이 기업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현행법상 불합리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만큼 회계·지배구조를 정비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도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중소·중견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집중투표제 전면 도입을 위한 청구 요건 완화 △이사 임기 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 및 해임 결의요건 완화 △대표 소송 청구 자격 완화 △다중 대표 소송 도입 △사외이사 결격 요건 확대 및 후보추천위원회에 우리사주조합·소액주주 추천 후보자 포함 △ 감사위원 분리 선임 △주주총회 전자 투표 단계적 의무화다.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함께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의 전면 도입 추진에 대해 코스닥협회는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면 의사결정 과정에 당파적·정치적 요소가 가중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내려져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사 임기 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 및 해임 결의요건을 특별결의(주주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주주 2분의1 동의)에서 보통결의(주주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주주 3분의1 동의)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이사가 1년마다 재신임을 받기 위해 단기 성과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업무 집행의 독립성 및 연속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상법상 감사해임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규정하면서 이사에 대해서 보통결의로 전환하는 것은 법률 체계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회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비(非)현직 이사로 분리해 선임하고 감사위원 선임에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안 내용은 대주주의 의결권·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주주의 이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가장 핵심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투기적 외국계 펀드 등의 경영권 장악 및 부당한 경영 간섭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함께 전했다. 한 상장사 임원은 “소액주주 보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그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코스피 3,000’ 수준으로 기업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