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제약사가 의사나 약사에 자사 제조약 처방을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리베이트는 엄격히 금지됐지만, 법망을 피해 의료인들에 대한 각종 혜택을 주는 행위는 여전히 이뤄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제약사들의 자정활동 강화로 과거처럼 노골적인 리베이트는 드러나지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의약품영업대행사(CSO)를 통한 우회 영업으로 리베이트에 준하는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의 본질은 제네릭(복제약)이 범람하는 가운데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느냐에 따라 제약사 수익이 직결되는 구조에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만성질환 당뇨병 치료약 중 ‘메트포르민’ 성분을 활용한 품목만 국내에 288개에 달한다. 특허가 만료된 합성의약품은 제조식이 공개돼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데, 사실상 겉 포장만 다를 뿐 약효는 같아 의사의 선택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일어나는 식이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중소제약사의 시장 진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제네릭 효능을 검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다수 제약사가 공동으로 하도록 허락하는 등 제네릭을 양산하는 구조다.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결국 약값에 반영되고,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지출되는 만큼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는 리베이트에 대해 채찍을 들고 있지만, 내부고발이 없는 한 우회적 영업을 적발하기 어려운데다 상대적으로 의사에 대한 처벌은 약해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14~2019년 상반기 중 리베이트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뒤 다시 승인신청을 한 6명 중 5명에 면허가 다시 부여되는 등 면허 취소 처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제약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제약사들에만 큰 손해를 주는 식의 리베이트 처벌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며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의료인만에 집중된 힘을 분산해 리베이트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