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20대 신용대출 6개월새 20% 폭증...가계빚 '질'이 나빠진다

[대한민국 부채 리포트]

<상> 수렁 깊은 부채의 덫 - 가계·기업부채

담보 '신용'뿐인 20대 대출 증가폭 압도적...악성화 가능성

1분기 가계대출 1,099조로 1년새 6.12% 껑충 '위험신호'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로 몰리고 '코로나 생계용'도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난과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빚’을 통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려는 당국 방침 탓에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신용대출이 폭증하자 악성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은행·비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9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36조원에 비해 6.12%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만도 568조원으로 올 들어서만 21조원 급증했다. 경기는 뒤로 가는데 대출만 ‘딱지 뗄 정도의 과속’인 상황이다.

5대 은행의 연간 대출 성장 목표치는 한 분기 만에 이미 초과했다. 1·4분기 신한은행은 목표치인 5%를 훌쩍 넘은 8.17%를 기록했으며 국민은행 6.77%, 농협은행 6.11%, 우리은행 4.61%, 하나은행 4.30% 등 다른 은행 역시 3~6%대의 목표치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가계부채 급증만의 문제도 아니다. 부채의 성격이 악화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용대출이 이례적으로 3조원가량 증가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상반기에만 신용대출이 7조6,000억원 뛴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로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진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생계 용도의 대출이 따라붙었다. 유동성 장세의 주식시장 투자 수요도 한몫했다.



연령대별 신용대출 증가세를 보면 심각성은 더하다. 올 들어 유독 20대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 신용리스크를 키우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5대 은행의 20대 신용대출은 1월 5조9,567억원에서 5월 6조9,266억원으로 16.20% 증가했다. 전체 신용대출이 급증한 6월에는 국민은행을 제외하고도 7조1,436억원으로 1월과 비교해 19.9%로 20%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30대(10.2%), 40대(11.4%), 50대(3.17%)와 비교하면 그 증가 폭이 압도적이다. 주담대와 달리 담보가 오로지 ‘신용’이라는 점에서 직장 근속연수가 짧고 소득수준이 적은 20대의 대출 증가는 신용리스크를 키울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거나 대출 한도가 크지 않은 20대의 신용대출 증가는 결국 취업시장 악화에 따른 생계비 조달로 해석된다”며 “일부 주식투자 용도가 있겠지만 이 역시 자금력이 약한 20대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큰 차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신용대출이 늘어났다는 점은 더 이상 맡길 담보가 없는 기존 대출자와 무주택 신규대출자들이 이자가 높은 신용대출로 눈길을 돌린 것”이라며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가계대출 연체율의 ‘경보음’도 울리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주담대 연체율은 0.20%로 전달과 같았지만 신용대출 연체율은 0.48%로 소폭 올랐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연체율은 대손상각과 자본확충 등으로 수치상으로는 개선될 수 있지만 신용대출자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자가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4분기 163.1%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47.7%) 역시 0.5%포인트 상승했다. 노산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보다 부채가 커져 신용위험에 노출될 경우 한계가구의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사회안전망 피해는 물론 금융사 부실화까지 초래해 금융안정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주택가격까지 하락할 경우 유동성 부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총체적 부채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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