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된 지 7시간여만인 10일 오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늦은 밤까지 퇴근하지 않고 시청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장탄식을 내뱉으며 망연자실해 했다. 인터넷과 방송 등으로 전해지는 뉴스와 메신저 등으로 전파되는 미확인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박 시장의 무사 귀환을 염원했던 간부들과 직원들은 비보를 접하고 슬픔에 잠겼다.
앞서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는 직원들의 상당수가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사무실을 지키며 대기했다. 고위 간부들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의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찰의 수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4급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대다수가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몸이 아프다며 갑자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실종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실종 신고가 외부에 알려지고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길 기대했던 직원들은 밤 늦게까지 박 시장의 소재 파악이 이뤄지지 않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시의 한 직원은 “미확인 정보들이 나돌고 있어서 혼란스럽다”면서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지만 무사히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실종 신고 7시간여만에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사 곳곳에서는 일제히 장탄식이 터져나왔다. 직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애통하고 참담할 뿐이다”며 비통해했다.
박 시장은 전날인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그린 뉴딜’ 비전을 발표했다. 나흘 전인 6일에는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2명의 부시장급 특별위원장 영입 사실과 포스트 코로나 기획위원회 신설 등 후반기 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면서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던 터라 시청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1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후 민선 6기와 7기에 잇따라 당선되면서 역대 최초로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시정 각 분야를 꼼꼼하게 챙기면서 정책을 진두지휘한 터라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는 불가피하게 서울시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 한 고위 간부는 “박 시장이 9년 간 재임하면서 역대 어느 시장 보다 시정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겠지만 아무래도 업무 추진에 힘이 덜 실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