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9일 장 마감 직후 갑작스레 우선주 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우선주들이 폭등 후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종목들의 경우 특정 세력이 결탁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 불공정 거래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주 열풍의 시작이었던 삼성중공우는 지난달 2일부터 10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보통주가 30% 오르는 동안 주가가 무려 1,265%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보통주가 8% 하락하는 동안 우선주는 54.2% 폭락하며 반토막 났고 이 과정에서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며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피해를 봤다. 삼성중공업을 시작으로 이후 쌍용양회우와 현대비앤지스틸우·금호산업우·SK네트웍스우·일양약품우 등 수십개 우선주가 순차적으로 폭등한 뒤 급락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우선주 폭등이 최근 들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의 칼을 빼어든 것이다. 우선주 광풍의 진앙지였던 삼성중공우가 지난 6일을 시작으로 3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8일에는 SK네트웍스우와 동부건설우·현대건설우·남양유업우·태영건설우 등이, 이날도 한화투자증권우와 한화우·한화솔루션우·한양증권우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이익 배당과 잔여재산의 분배 시 우선권을 가진 종류주식으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117개, 코스닥에 3개 등 모두 120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우선주는 유통 주식 물량이 적기 때문에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어 특정 종목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수하거나 높은 매수 호가를 반복 제시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식의 불공정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이날 대책은 유통 주식 물량 확대와 호가 반복 제시를 통한 가격 부양을 막는 데 집중됐다.
먼저 현재 상장주식수 50만주·시가총액 20억원인 우선주의 상장요건을 오는 10월부터 보통주와 같이 100만주, 50억원으로 확대하고 현재 1년간 5만주, 시가총액 5억원 미만인 퇴출요건은 1년간 20만주, 20억원으로 높인다. 아울러 12월부터 현재 초저유동성 종목에만 적용하는 상시 단일가매매(30분 주기)를 상장주식수가 50만주 미만인 우선주에도 적용하고 보통주 대비 우선주 가격 괴리율이 50%를 초과한 우선주는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해 3거래일간 단일가매매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금융당국에 투자자가 이상 급등 우선주에 매수 주문을 하는 경우 경고 팝업 및 매수의사 재확인 창이 의무적으로 노출되도록 하고 이상 급등 우선주에 대한 시장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대책을 적용할 시 전체 우선주 총 120종목 중 41%인 49종목이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만주 미만 우선주에 대한 상장관리 강화가 적용되는 종목은 15종목, 상시적 단일가매매가 적용되는 50만주 미만 우선주는 16종목, 3일간 단일가매매가 적용되는 괴리율 과다 우선주에는 18종목이 해당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를 주목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일가매매 전환은 단기 과열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의 단기 급등 자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