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지나친 미화로 피해자 2차 가해 우려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과정에서 나타난 여권 일부의 지나친 언행을 두고 ‘피해자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업적만 부각시키고 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친여(親與) 성향의 역사학자인 전우용씨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를 쓸 수는 없다.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 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박 시장 빈소 앞에서 성추문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XX자식 같으니”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이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서울 시내 곳곳에 내걸자 현수막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에 이어 서울시장으로 일해온 박 시장을 추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애도와 진실 규명은 별개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전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공무 중 순직한 것도 아닌데 왜 시민의 세금으로 장례식을 치르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10일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한다’는 글에는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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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성추문에 대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추모 분위기만 고조시키면 피해자에게 압박감을 주고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고소인을 색출해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시하더라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여권은 13일 장례식 후 성추문 진상을 밝히고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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