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과 시민운동에 이어 서울시장으로 일해온 박 시장을 추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애도와 진실 규명은 별개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전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공무 중 순직한 것도 아닌데 왜 시민의 세금으로 장례식을 치르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10일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한다’는 글에는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여권이 성추문에 대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추모 분위기만 고조시키면 피해자에게 압박감을 주고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고소인을 색출해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시하더라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여권은 13일 장례식 후 성추문 진상을 밝히고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