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람이 제한된 문화재 등을 가상현실(VR) 속에서 대신 만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서양식 건축양식이 접목된 대표적 근현대 건축물인 덕수궁 석조전을 집에서도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는 무료VR서비스가 개시됐다.
SK텔레콤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손잡고 이 같은 비대면(언택트) 방식의 문화재 관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3일 밝혔다. VR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SK텔레콤의 앱인 ‘점프VR’에 접속하면 덕수궁관리소 주무관의 해설을 들으며 360도로 덕수궁을 관람하는 VR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관계 없이 누구나 점프VR앱에 접속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선 13일에 석조전 영상 2편이 공개되고, 17일에는 대한문, 중화전, 함녕전, 즉조당, 석어당 관련 영상 2편이 추가된다. 특히 덕수궁관리소는 덕수궁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취지로 기존 현장 관람객들에게 입장이 제한됐던 곳도 이번 VR 영상에 일부 공개한다. 시청자는 중화전 내 황제가 앉았던 자리를 체험하며 천장에 있는 용무늬 장식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석조전 내 황제 침실에 놓인 영국제 골동품 가구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다.
360도 VR 영상은 시청자가 VR 기기를 쓰고 고개를 돌리거나 스마트폰을 들고 방향을 바꾸면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문화재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관람할 수 있다. 해설자와 시청자 간에 양방향식 정보교감도 경험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주무관이 석조전에서 손짓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이곳은 영친왕이 쓰시던 침실입니다”라고 안내하면 VR 기기를 쓴 시청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침실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덕수궁은 고종 황제, 황태자 영친왕이 실제 생활했던 궁궐이다. 1897년 국호 대한제국 선포 (즉조당),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중명전), 1919년 고종 승하 (함녕전) 등 우리의 주요 근대사가 펼쳐졌던 현장이다. 이번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재 전시가 차질을 빚고, 현장관람객이 급감한 속에서 언택트기술로 이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덕수궁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덕수궁 누적 관람객수는 약 47만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궁과 능의 관람이 수개월간 중지됐고 현재도 관람 재개일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